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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이야기/데일리

내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냥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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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plash - Casey Horner

 

- 제시간에 현장방문을 해야 한단다. 그래서 전날 우리 노 씨 사장님네 댁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다. 옷가지를 챙기고 전날 밤 11시에 집으로 쳐들어갔다. 최근 가정이 불안해서일까 오히려 낯선 이의 집이 더욱 편안하게 느껴진다. 아무런 걱정 없이 침대에 몸을 맡기고 새벽 6시에 기상했다. 아 근데 이상하다. 몸이 많이 무겁네...

 

- 인천에서 용인까지 정말 먼 길을 가게 되었다. 약속시간까지 가야하는데 용인의 도심 한복판은 서울의 어느 곳과 다를 바가 없이 미친듯한 교통체증을 보여주었다. 2시간 30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두 남자는 시간에 쫓기며 두 눈에 쌍심지를 켠다.

 

- 다행히도 현장에는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번 의뢰인은 개인고객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하신다. 정말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자그마한 몸으로 남자도 힘든 일을 여성이 하나하나 체크해가며 감리까지 하는 것을 보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인이 셀프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왜냐면 자기 집으로 이사 가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역시나 이번 의뢰인도 첫 경험으로 공정의 순서를 조금 바꿔서 시작했다. 얼굴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 어찌 되었든 일은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날이 너무 덥다. 아니 습하다. 아침부터 온 몸의 힘을 다 빼가는 느낌이다. 오늘 현장은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닌데, 날씨가 한몫을 하니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다. 

 

- 오후 3시 30분 여차여차 일을 끝낸다. 두 놈이 녹초가 되었다. 쉬지 않고 달렸다. 빨리 일을 끝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 이번 여름 아니.. 언제나 여름은 힘들다.

 

-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8시쯤 되었다. 요즘 코로나가 다시 유행해서 여러 업소들이 제한시간이 다시 걸렸다. 헬스장을 갈 수 있을까...? 집으로 퇴근하는 길에 꾸역꾸역 김밥을 쑤셔 넣고 집에 도착하니 8시 30분 운동 갈 수 있겠다.

 

- 요즘 운동하는 재미에 다시 푹 빠졌다. 재미있는 건 알렉산더 테크닉이 웨이트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테크닉은 운동이 아니다. 나는 이것을 "인지훈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용어도 딱히 맞는 말이라고 하기 힘들다. 알렉이 가져다주는 생각의 전환은 생각보다 크다. 사람은 살면서 생각과 관념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고착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를 계속해서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알렉산더 테크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수업을 통해서 너무나 많은 것을 깨달았고, 많은 것들을 얻었다. 아니 이미 나는 가지고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안 것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움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내게 아주 작은 변화들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점차 커져간다. 인간이 살면서 가장 큰 변화를 얻을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는 생각의 변화와 확장에 있다고 본다. 단순하게 말해 아는 것이 많아야 한다는 말이지만 이는 너무 단편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 생각의 변화는 많이 아는 것만이 아니다. 그 앎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나"를 찾아가는 것. 

 

너무나 추상적이고 애매한 말이지만.. 지금으로써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언젠가 내가 느끼는 이런 것들을 누구에게나 직관적이게 설명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확신이 든다. 

 

내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냥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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