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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이야기/데일리

여유롭게 퇴근하고 집에 왔다. 할머니가 나를 보고 갑자기 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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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감사 일기

- 요즘에는 따뜻한 차보다 시원한 물 한 컵으로 대신한다. 아침에 마시는 첫 잔이 잠든 몸을 깨워준다.

- 비가 좀 그쳤나 보다. 공기가 가라앉아 바깥 분위기가 차분하다.

- 삶에 여유가 왜 필요한지 생각한다. 오늘은 여유롭다.

 

# 오늘 꼭 해야 할 일

- 책 읽기.

- 가족들과 대화하기.

- 내 마음 돌보기.

 

 

 

1. 아침부터 일과시간이 끝나갈 때까지

- 여유롭다. 집에서도 가까운 현장이라 아침부터 마음이 편안했다. 운전하는 길도 비가 오지 않아서 괜찮다. 현장업무도 이 정도면 할만하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하루가 편안하다.

 

2. 

-

 

 

 

# 유튜브 / 팟캐스트 / 독서

이 채널은 내가 부동산시장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알게 된 채널이다. 내가 알고 있는 부동산 관련 유튜버 중에서 현시점을 기반으로 가장 객관적이고 맥락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이 말고도 몇몇 더 있지만 여기만큼 초보들이 공부하기에 좋은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집사면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경고한다. 주장과 이유 그리고 근거까지 탄탄하다. 이 채널을 기반으로 다른 여러 시야의 채널들을 함께 참고해서 들으면 좋다.

 

# 저녁 감사 일기

- 가족들과 돈독한 하루를 보냈다. 서로 대화하고 응원하고.. 앞으로도 이런 기쁨이 계속되길..

- 집에 오니 할아버지가 저녁식사를 준비하신다. 항상 감사합니다.

- 작은 것부터 감사하기보다.. 가까운 것부터 감사하는 게 맞는 거 같다. 가장 가까운 것.

 

# 나를 위한 오늘의 한 마디

 

여유롭게 퇴근하고 집에 왔다. 할머니가 나를 보고 갑자기 우신다.

 

"무슨 일이지..?"

 

뇌염으로 입원하셨다가 퇴원하신지 얼마 안 되셨는데.. 몸도 많이 야의 셨고 전체적으로 할머니의 분위기가 많이 작아졌음을 새삼 느낀다. 우물쭈물 작은 소리로 무엇인가 이야기하며 흐느끼는 할머니. 당황스러웠다.

 

옆에서 할아버지는 덤덤하니 자기 할 일을 하고 계신다. 자세히 보니 표정이 좋지 않으시다. 뭔가 애써 태연하게 보여주려는 듯..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손자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시려는 모습이 아주 조금이나마 보인다. 잠시 후 반찬을 사러 시장에 다녀오신다고 나가신다.

 

할아버지가 나가시자 할머니의 우물쭈물하던 목소리가 어느새 조금씩 또렷해져간다. "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어.. 내가 걸을 수가 없어" 이 말을 반복하시며 흐느끼신다. 순간 다리에 마비가 온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할머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바로 옆에 앉은 나는 하나씩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 전에 울지 말라고 달래면서 할머니 손을 잡았다. 그동안 고생하신 흔적이 손바닥이 닿는 즉시 느껴진다. 따뜻하다. 천천히 하나하나 요목조목 이야기를 듣고, 물어보기를 반복한다. 할머니가 우시는 이유는 어느 가정에서도 있을 법한 이야기처럼 혹은 드라마에서 나오는 스토리처럼 친숙하지만 처음인지라 낯설기 그지없다.

 

오후에 막내고모와 병원에 다녀오셨단다. 그러고 집에 와서 할아버지의 권유로 바깥에 산책을 하러 나가셨는데, 더운 날씨 탓인지.. 아니면 최근 뇌염으로 병치례 하신 지 얼마 안 되셔서 그런 건지 이유는 알 수 없다. 둘 다 일수도 있고..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으셨단다. 

 

이것만으로도 놀랐는데, 할머니가 입원하시기 전에 비슷한 증세로 같이 입원하셨던 할아버지도 기력이 부족하셨는지 할머니를 부축하기 힘들었다고 하신다. 근처 어느 나이 좀 드신 여자분이 할머니의 부축을 도와주고 근처 벤치에 앉으셨단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감사하다.

 

할머니는 쓰러진 자신에 대한 한탄과 동시에 자신을 부축하려 도우려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짐"이 되는 거 같다고 생각하셨단다. 다리를 움직일 수 없고, 앞으로도 점점 힘들어지면 내가 오래사는게 할아버지에게는 "짐"이 되는 게 아니겠냐고 말이다. 더불어 가족들에게조차 이 사실이 스스로에게는 너무나 버거우셨던 것이다.

 

평소 할머니가 속상하신 일이 있으면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토닥이는 시간을 갖곤 했는데, 하루종일 오늘의 일이 머릿속에 잔상으로 남아 속으로 끙끙 앓으시다가 퇴근하고 돌아온 나를 보자마자 반가움과 서러운 마음이 물밀듯이 쏟아져 왔던 거 같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할머니 말에 경청하고 대답해주고 또 응원해주는 일 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내가 힘들었을 때나 혹은 누군가 힘들다고 상담 요청이 들어왔을 때 고민상담을 하며, 해주며 깨닫게 된 몇 가지 방법들이 할머니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는데도 도움이 되었던 거 같다. 

 

불안한 사람은 심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태이다. 사고의 방향이 맥락적이기보다 편협하기 그지없으며 그런 사고방식은 감정에 노예로 만들어버린다. 감정은 객관적이지 않다. 주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논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편향된 시야를 옆에서 상담을 해주는 사람이 길을 안내하며 시야를 넓게 확장시켜주는 게 핵심이다. 

 

현재의 감정에 매몰되는 것에서 벗어나도록 겪었던 일에 대해서 함께 곱씹어주며 차분하게 타일러주면 나로인해 상대방은 겪었던 일을 다시 생각하며 겪었던 일에 대한 과대해석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된다. 상황을 짚어주며 길을 찾아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잘 따라오도록 도와주고나면 이후부터 불안해하는 것에 대해서 근본적인 원인을 물어보고 찾아서 현재의 일이 생각보다 큰일이 아님을 객관적인 근거들을 가져와 이야기해주면 좋다. 나만 겪는 일이 아닌 혹은 나 혼자 겪어야 하는 일이 아닌 것을 일깨워주면 된다.

 

다행히도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면서 손을 잡고 길을 잘 안내하며 감정의 고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다음에 불안해하는 원인에 대해서 반론하는 시간을 갖고,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것을 불어넣어줄 수 있었다. 

 

다시 웃으신다.

 

현재 나의 할머니는 어릴적 내가 바라보던 어른의 모습이 많이 없어지셨다. 나이도 많이 드시고 뇌염으로 인한 약간의 치매 증상도 있으셔서 조금 어린아이 같은 모습도 보이신다. 정말 다행인 건 치매가 심하지 않으셔서 심각한 일들에 대해서는 안심하고 있는 중이다.

 

할머니를 달래고나니 내 방에 들어와 혼자 있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랑"이라는 말이 참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이 사랑이라는 물음표를 달고 몇몇에 사람들이 내부보다 외부에서 찾는 경향이 많은 거 같다. 내가 그랬다. 예전에는 여자친구를 만나면 사랑이 뭔지 알고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상대방도 결국 나와 똑같은 사랑을 찾는 사람이었을 뿐.

 

한 참을 헤매다가 최근 2~3년 동안에 진짜 사랑이 뭔지 깨달아 가고 있다. 내가 원하고 알고 싶고 또 주고 싶었던 사랑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그래서일까 그만큼 미안하고 그만큼 눈물이 쏟아진다. 감사하다는 말이 무엇인지 이제야 조금 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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