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 오전 다소 무거운 몸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전날 할머님이 많이 마음이 상하신 일이 있었다. 식사도 못하실 정도로 힘들어하셨다. 그 마음을 달래 드리려고 한 시간이 넘게 손을 잡아드리고 마음을 토닥여드렸다. 본인의 감정에 대해서 잘 느끼지도 표현하시지도 못하는 우리 할머니 70이 넘는 연세에 할머님의 모습을 보는 나의 마음은 크게 복잡한 마음으로 응어리진다.
할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이 되었던 걸까? 일요일 오전의 아침은 무기력했다.
- 무기력한 몸과 마음도 잠시뿐이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마음에 온 몸을 감싸던 무기력함을 털어내고 헬스장으로 달려갔다. 요즘은 운동하는 게 즐겁다. 과거 혼자서 운동을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경험과 생각들이 좋은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경험의 폭과 퀄리티 눈에 띄게 달라졌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과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헬스장 여럿 아무개들이 움직이는 동선에 나도 발맞춰 움직인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내 머릿속에서는 코칭 선생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을 뿐이다.
- 어쩌다 인연을 맻게 된 분과 카카오톡 아이디를 주고받았다. 솔직히 이름도 얼굴도 잘 모르는 단지 비슷한 또래에 여성이라는 것밖에 알 수 없는 그 사람과의 대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 사실 이런 만남은 이제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너무 쉽게 휘발되어 버리는 수많은 관계들 중 하나 그 하나 중에서도 너무 실루엣이 희미한 연결고리가 내 마음속에 확 와닿지 않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관계란 혼자서는 절대 이어나갈 수 없다 그 작은 실오라기조차 서로 부여잡고 아주 사소하고 작더라도 이어가려는 마음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상대방이 이에 공감해주어야 한다. 그 작은 연결고리가 차갑게 식어버리기 전에..
- 집 근처에 정말 맛있는 쌀 국숫집이 있다. 원래는 어느 쇼핑몰 푸드코트에 자리해 있었지만 이듬해 본인들만의 공간을 마련하여 이사를 갔다. 가게는 더욱 깔끔해졌고 고객을 맞이하고 음식을 만드는 직원들의 밝은 목소리가 더욱 빛을 발한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가게의 직원 혹은 사장님은 외국분이신 거 같다. 수많은 쌀 국숫집들 중에서 개인이 운영하면서 이렇게 깔끔하고 또 정말 맛이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곳을 많이 본 적이 없다. 아니 사실 하나도 못 봤다. 여기가 유일하다.
동네의 자랑할만한 명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시 오늘도 게살 쌀국수는 최고로 맛있었다.
- 알렉산더테크닉 수업을 들으러 이태원으로 갔다. 외교관 건물들이 연달아 줄지어 있는 장소 그곳 어딘가에서 나의 몸과 마음의 수업이 진행된다. 오늘은 조금 늦은 수업시간이 약속되었다. 미리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따뜻한 차 한잔을 주문하고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읽었다. 집에서는 그렇게 읽히지 않던 책이 카페에서는 잘 읽힌다. 이제 곧 체인지 그라운드 싱큐 베이션 10기가 시작하는데 사실 그전까지는 좀 늘어지고 싶어서 책을 안 읽었다. 안일한 자식...
- 수업이 시작되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수업장소에 들어설 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안락함이 있다. 들어서는 순간 내 몸과 마음이 많이 여유로워지는 그 느낌. 희미하지만 그 느낌이 너무 반갑다. 역시나 같은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시는 선생님의 모습 불편함은 1도 없다. 아주 자연스럽게 수업을 진행했다.
알렉산더 테크닉은 수업을 진행하면서 점점 테크닉이라기보다 생각의 전환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몸과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깨우치는 과정. 그 생각과 감정 그리고 감각들까지 아주 미세하고 희미하지만 그 느낌을 점점 뚜렷하게 그려나가는 작업과도 비슷하다.
나를 알아차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그리고 진짜 '나'를 인정하는 있는 그대로의 날 것을 숨 쉬듯 느끼게 해주는 과정이자 모험이다. 매 수업을 통해서 정말 인생에서 쉽게 얻지 못하는 큰 깨우침을 알아간다.
역시나 오늘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 글을 쓴다. 이전까지는 조금 분석하듯이 그냥 기록하듯이 썼던 거 같다. 오늘은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써 내려갔다.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먼저 느끼고 이를 받아들이듯이 서서히 내 몸에 녹아내리는 따뜻한 쌀국수 국물을 한수저 떠 넘기며 서서히 퍼져나가는 온기처럼 말이다.
이해하기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느끼는 그런 글을 쓰려고 노력하자.
삶의 전반을 느낄 수 있도록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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